성주연 / Duck담
A ‘Duck담'이란 필명으로 네이버에 <울어주세요, 황태자님>이라는 작품을 연재했습니다. 사실상의 데뷔작이자 유일한 연재 작에 아프기까지 하며 그린 작품이지만, 그만큼 애착도 깊고 여러모로 다시 이런 작품을 그릴 수 있을까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Q 어떤 성장배경을 가지고 살아오셨나요? 그리고 그것이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은?
A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정말 좋아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삶의 목표는 그림이 되었고, 그 중에서도 칸칸이 이야기를 담는 만화가 좋았기에 고등학생 때부터 혼자 경기도에 올라가 만화를 전공으로 배웠어요. 크게 특이한 삶을 산 건 아니지만, 이 때에 전국 각지에서 온 실력 있는 친구들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만화에 대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과 3년 내내 부비며 살았고, 덕분에 세상엔 만화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도 재능이 넘치는 사람도 한가득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왜 만화를 그려야 할까?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만화가로 성공하려면 나는 무엇을 그려야 할까? 이런 생각들을 넘치게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조심스럽지만 역시 세월호에 대한 것들을 꼭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왜냐면 저는 그 시절, 그 학생들과 같은 학년이었고 세월호가 터지기 일주일 전에 똑같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이 참사에 대한 걸 고등학교 교실에서 친구들과 다같이 앉아서 본 기억을 잊을 수 없어요. 그 일은 끔찍했고, 비통했고, 무력하게 다가와서 내 안에 분명한 상흔을 남기고 갔습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강력한 외침이 속에 들이찼어요. 세월호는 저를 사회적 문제에 예민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저는 여태 해오던 질문에 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나 스스로 세상에 하고싶은 이야기가 많구나. 그렇기에 나는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하고, 작가가 되어야겠구나 하고. 그때부터 제가 쓰는 이야기에는 그 시절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질문이 꼭 포함되고는 했어요. 특히 인간의 존엄에 대해서가 그랬습니다. <울어주세요, 황태자님>을 쓰게 된 계기도 그렇습니다. 이 이야기를 쓰던 시절, 저는 요즘 사람들이 눈물에 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울면 못난거고, 슬픈 일은 함부로 입에 담아서는 안 된다고 사회가 말하는 것 같았죠. 요즘같이 슬픔을 묻어가야만 하는 세상에서 울어도 괜찮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어쩌면 그 눈물은 정말 귀한 거라고. 누군가 울어주는 것 만으로 어떤 사람은 새 삶을 부여받을수도 있다고 말이죠.
Q 출판, 웹툰, 고전 막론하고 학생들에게 이것 하나는
꼭 읽으라고 권하고픈 작품이 있나요?
A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들 중에선 <던전밥>만한 작품이 없는 것 같습니다. 훌륭한 작화와 흥미로운 설정,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운 연출들과 무엇보다 14권이라는 길지 않은 호흡 내에서 기승전결을 완전하게 마무리한 수작입니다. 너무 자극적이지 않으며 쿠이 료코 작가님 특유의 유머러스가 첨가된 장면 설정들도 굉장히 좋으니 꼭 한 번 읽어 보길 추천합니다.
Q 2025학년도 새로 시작하는 학과입니다. 첫 교수진으로 일하게 되는데 두려운 마음은 없으신지?
A 두렵지 않은 처음이 존재할 리는 없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설레는 마음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그 당시 신규로 런칭하던 ‘네이버 매일플러스’의 첫 번째 런칭 작으로 데뷔했습니다. 그때도 지금과 비슷한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이란 건 안정적이진 않지만, 그만큼 가능성도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시기라고. 함께 계시는 다른 훌륭한 교수진분들과 협력하여 이 학과를 대전에서 이름있는 과로 성장시키고 싶습니다.
Q 교수님이 맡으실 과목은 뭔가요?
그리고 본인의 과목에서 어떤 점을 차별점으로 두고 싶으신지?
A 캐릭터 빌딩과 캐릭터를 통한 작법방법을 가르치게 될 예정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좋은 이야기를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그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만드느냐 에서부터 시작해 캐릭터의 내면을 파고드는 방법, 캐릭터의 심리상태를 알지 못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단순한 캐릭터를 넘어 독자들에게 한 사람의 인물로써 다가가기 위한 방법들을 토론하고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 성주연교수의 Duck담 자캐
Q 학생들이 어떤 작품을 했으면 좋을지?
A 세상에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어요. 거대한 의미의 세상이 아닌 독자 한 명, 그 사람의 인생 속에서 마음에 콕 박혀 내내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 나가길 바랍니다. 수많은 작품이 쏟아지는 요즘 세상 속에서 인상을 깊게 남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란 쉽지 않을테니까요. 그를 위해 많이 고민하고, 성찰하고, 사명감을 가질 수 있는 작가가 되길 바랍니다.
Q 학생들이 걱정하는 부분입니다만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으나
AI의 진화와 시장 일률화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교육에 녹여내어 대응할 생각인가요?
A 원래 만화가는 예로부터 배고픈 직업이었어요. 시장이 커져 그 파이가 늘었다곤 하나, 돈을 크게 벌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소수이고 사회가 팍팍해질 수록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적어집니다. 그게 현실이고 이치죠. 하지만, 어떤 어려운 시대였던 예술은 죽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전쟁 속에서도 사람들은 작품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은 길이길이 사람들에게 전해졌습니다. AI는 작화의 문턱을 낮춰주는 수단일 뿐, 만화의 근본적인 가치까지 건들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떠한 의도를 이야기에 녹여내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는 주체는 인간뿐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이젠 전 세계에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작가의 아이덴티티를 찾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 정확하게 알며 창작자로서의 자아가 확고한 작가는 어떠한 시류에도 자신의 작품을 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수업을 들으면서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어떠한 작가가 되고 싶은가? 어째서 작가여야만 하는가? 하고요.
Q 한국애니고- 청강문화산업대- 네이버 웹툰 출신의 한국 만화웹툰 진골 라인이신데요.
우수한 만화교육을 굉장히 오래 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A 교육도 교육이지만 교육현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굉장히 많이 만났습니다. 한국애니고 14기 만창과 동기들은 아직도 함께 만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동료작가이자 친구들이고, 졸업작품을 지도해주신 이종범 전 청강 교수님은 여전히 여러 방면으로 이야기를 창작하는데 많은 가르침을 주시고 있습니다. 연재하면서 알게 된 분들 중에도 감사한 분들이 많아요. 이런 사람들과 함께하는 환경에 오랫동안 있을 수 있던 게 제 삶의 가장 큰 축복 중 하나입니다.
Q 작품의 캐릭터 표정이나 심리묘사가 뛰어나며 그리고 동일장르로서는 드물게 굉장히 여성캐릭터가 특히 더 라이브하고 주체적인 것으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웹툰캐릭터 수업에 있어 적임자로 평가받았는데 캐릭터를 빌드 업하고 또 작화할 때 어떤 점에 유의하시는지?
A 캐릭터에게 가장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하는게 가장 큰 기준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캐릭터를 빌딩하는 데에는 성격, 외관, 버릇 등 많은 요소가 고려되지만 그 중 캐릭터의 행동을 결정하는 건 캐릭터의 가치관이 제일 크다고 생각해요. 캐릭터가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신념이나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요소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다보면 그 캐릭터가 어떻게,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는 금방 나옵니다. 덕분에 캐릭터들이 좀 극적인 편이긴 하지만, 만화의 매력 또한 극적인 카타르시스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캐릭터를 자꾸만 몰아넣게 됩니다. 극적인 캐릭터들이기에 감정표현 또한 극적으로 나오고, 그렇기에 표정에 더욱 섬세함을 요구하게 됩니다. 예로 작품 내에서 눈물을 흘리는 표정을 그려야 할 때가 굉장히 많았는데 각자 어떠한 상황에서, 어째서 눈물을 흘리느냐에 따라 통곡하느냐, 아니면 웃으면서 우느냐 등, 캐릭터마다 지을 표정을 상상하며 작업을 하곤 했습니다. 선 하나, 픽셀 하나에도 달라 보이는게 표정이고 감정이라 작화할 때 마다 얼굴에 많은 시간을 쏟아부은게 생각납니다. 그리고 여기서 잘생기게 보이기까지 하게 해야해서 작업이 두배로 어려웠습니다!
Q 그거 힘들었겠네요(웃음)
Q 공교롭게도(?) 교수님들 중 세 분이 청강문화산업대 만화과 출신이십니다.
신기하게도 세 분이 동기이시기까지 하다고 들었는데 또 두 분 이랑 성주연 교수님은 모르시는 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예진 교수님 "한 학년이 너무 많아서 사실 서로 얼굴도 못 보는 경우가 많아요."
Q 아하, 같은 학번에 데뷔한 사람이 굉장히 많다 들었는데?
그럼 교수님들 학번이 황금 세대일 수 있을까요?
A 데뷔 인원 수가 많은 건 그건 웹툰 산업이 가장 폭발적으로 번성하는 시기에 저희 학번의 사람들이 활동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그것도 전 세대의 선배 작가님들이 길을 닦아 두신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코로나의 영향이 컸을테니 운이 좋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확실히 제 주변에는 작가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이 커졌고 등단할 수 있는 문이 넓어졌기 때문이지, 저희 세대가 무언가 특별하기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희 학번이 졸업한지 이제 겨우 5년 정도가 되어갑니다. 이 정도 기간을 놓고 벌써 황금이니 뭐니 논하기는 좀 부끄럽죠. (웃음)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작품활동을 할 거니까요. 한 30년 정도 지나고 물어보시면 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우리가 황금세대라는 답은 안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시절의 졸업하는 학생들, 그 학생들 이야말로 진정한 황금 세대라고 말할 수 있도록 웹툰 산업이 번창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Q 대전웹툰캠퍼스 소속 상주 작가십니다. 또한 대전웹툰캠퍼스 홍보물에서 언제나 최고 인기작가이자 간판으로 쓰일 정도로 유능한 작가분이신 것으로 아는데요. 대전웹툰캠퍼스는 현재 저희 우송정보대 만화웹툰과와도 업무 협약을 맺고 있는 곳인데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대전웹툰캠퍼스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대전웹툰 캠퍼스 입구사진- 출처: 대전웹툰캠퍼스 유튜브 채널>
A 대전웹툰캠퍼스는 2019년 1월, 만화웹툰창작센터를 확장하여 개소한 곳입니다. 처음에는 구 중구청 건물 3층에 입주해 있었고, 지난 2022년에 대전역 근처에 새로 지어진 도심형산업지원플랫폼 건물에 입주하여 현재 5층에 사무실과 각종 교육실, 작가 작업실 등을 두고 있습니다. 주로 대전 내 작가들의 작업을 지원해주는 산업과 웹툰 작가를 꿈꾸는 작가 지망생들을 데리고 교육을 하는 등 지역 작가를 양성하고 보조하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해주는 곳입니다. 저도 캠퍼스를 통해 정성우 교수님을 알게 되어 이 학과의 강의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최근엔 캠퍼스에서 아예 부천처럼 웹툰 관련 종사자들을 위한 건물을 짓는 “웹툰 첨단 클러스터 조성 산업”을 추진 중입니다. 대전이 이젠 정말 웹툰의 도시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의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 같아 기쁘고, 거대한 산업이니만큼 많은 대전 작가분들이나 학생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
Q 오늘 교수진들이 처음으로 이렇게 모였습니다. 첫 인상은 어떠신지요?
A 다른 두분 다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교육이념이 확실하셔서 학생들에게 좋은 스승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타 수업과 연계해 어떠한 유기적인 수업을 만들어 낼 수 있으실까요?
A 캐릭터는 만화를 그리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이 강의에서 캐릭터의 작화, 서사를 완성하는 기초적인 틀을 잡은 뒤, 다른 분들의 수업을 통해 이를 실질적인 원고로 그려내 작품을 완성할 수 있길 바랍니다.
Q 우송정보대 동캠퍼스 첫 방문이신데. 첫 인상은?
A 아담한 것 같으면서도 있을 건 다 있다는 느낌이에요. 특히 촬영 스튜디오 같은 전문적인 시설들이 높은 퀄리티로 갖춰져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Q 오늘 교과 개발 회의를 진행했는데 우송정보대 만화웹툰과의 비전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A 짧은 시간이지만 그만큼 학생이 원하는 진로의 길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필요한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만큼 강의의 퀄리티 하나하나가 완성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