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예진 / 헛둘
A 그동안은 이런 작품들을 해왔습니다.
▲ 위쪽부터 너의 초상화, 타임라인, 왜 아직도 /헛둘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저는 두 번째 작품인 레진 코믹스의 <타임라인>을 꼽겠습니다. 실력은 조금 어설펐지만 상업 작가로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Q 어떤 성장배경을 가지고 살아오셨나요?
A 콘텐츠를 좋아하는 학생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을 주로 많이 봐 왔고, 게임도 좋아했습니다. 영화도 꾸준히 봤었구요. 주변 친구들을 보면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렸는데, 사실 전 어릴 때부터 만화를 제대로 그린 건 아니고, 게임, 인터넷 소설을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제대로 된 만화는 사실 대학교 와서 처음 그렸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아가 생길 시점부터 창작을 즐겨했던 것 같습니다.
Q 그럼 그 성장배경이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A 창작할 때 노는 마음,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학생 때 대체로 노는 일=창작 이런 인식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 이라는 인식입니다. 힘들거나, 부담감이 커져 괴롭다는 생각이 들면 언제나 생각합니다. “나는 정말 만화를 그리고 싶은가?” “정말 힘들면 지금 그만두어도 괜찮다.” 오히려 꼭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을 때,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더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Q 출판,웹툰,고전 막론하고 학생들에게 이것 하나는 꼭 읽으라고 권하고픈 작품이 뭐죠?
A 흔히 말하는 ‘인생 만화’가 무엇인지군요. (웃음)
저는 최근에 완결된 웹툰 ‘집이 없어’를 권하고 싶습니다.
▲ 집이 없어 / 와난 / 네이버웹툰
사건의 재미, 입체적인 캐릭터의 깊이가 굉장히 좋아요. 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작가의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었습니다.
Q 2025학년도 새로 시작하는 학과입니다. 첫 교수진으로 일하게 되는데 두려운 마음은 없으신지?
A 믿음직한 동료 교수진들이 계시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과목을 맡았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학생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교수님이 맡을 과목은 무엇인가요?
A 디지털만화작법- 웹툰 기초입니다.
기본적인 툴을 다루는 것부터 시작해, 완성 원고를 일부 해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웹툰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수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만화 실력을 늘게 하려면, 결국 만화를 그려야 한다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수업을 듣게 되면, 여러 가지를 계속 그리게 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타 대학에서 1학년 수업을 맡았을 때, 과1학년 과제3대장 중 하나였어요. 힘들겠지만 그래도 만화가는 만화를 계속 그려야합니다! (웃음)
Q 본인의 과목에서 어떤 점을 차별점으로 두고 싶은 가요?
A 소통입니다. 피드백 시간을 자주 가져서 각 만화에 적합한 방식으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스스로 무슨 만화를 그리고 있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작업을 했는지 그리면서 동시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말 또는 글을 쓸 예정입니다.
Q 학생들이 어떤 작품을 했으면 좋을지요?
A 어떤 작품을 하면 좋겠다 보단, 만화를 그릴 때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만화하면 좋겠습니다. 좋아하는 것에 노력하는 사람은 무적이니까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면 만화는 장기전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을 그리는 편이 그 시간을 버티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하예진 교수님은 굉장히 드문 장르인 GL장르 작품을 연재하셨습니다.
그 작품이 이번에 웹드라마화가 되는 것으로 압니다.
이 작품은 어떤 작품이고 또 웹드라마나 드라마화에 대해 궁금한 학생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 주실 수 있나요?
A 제가 연재한 GL 작품 <너의 초상화>는 2020년 리디북스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여 연재가 결정되었고, 이번에는 좋은 기회로 웹드라마로도 여러분을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소프트 GL 장르로, 주연을 맡은 세 여성 캐릭터 간의 갈등과 성장, 그리고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웹드라마 <너의 초상화>는 회차 당 1분30초에서 2분 정도의 숏 폼 형식으로, 총 50회차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최근 웹툰이나 웹소설을 숏 폼 웹드라마로 제작하는 흐름이 늘어나고 있는데, 저 역시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 작품이 영상화되어 매우 설렙니다. 저도 제 작품이 화면에 펼쳐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웃음)
웹드라마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잠깐 드리자면, 먼저 제안을 받은 후 계약이 진행되면 캐스팅 정보와 대본을 공유 받아요. 저는 전적으로 회사에게 부탁했지만, 작가님들마다 다르다고 하시더라고요. 캐스팅 같은 경우는 배우분들을 보자마자 너무 어울려서 깜짝 놀랬습니다. 캐릭터의 인상을 살려 캐스팅을 하는 게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대본도 원작을 많이 존중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Q 로맨스 장르를 많이 그리셨는데요.
로맨스 장르의 미래나 비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로맨스라는 장르도 결국에는 사람 간의 이야기라는 것을 항상 의식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장르라는 틀 보다는 그때마다 전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 전할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들어가면 좋을 것 같고요. 그리고 사랑이라는 개념을 단순히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닌 좀 더 자신만의 해석을 가져 시야를 넓게 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Q 아직 20대이시지만 작품 숫자는 거의 중견작가 급이십니다.
심지어 전작의 경우 짧은 준비기간에도 불구하고 청강문화산업대에서 강의하시면서 연재했던 것으로 아는데요. 그 체력과 열정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A 우선 생활 패턴과 운동을 꾸준히 유지하려고 합니다. 건강한 만화는 건강한 정신에서 나오고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조금 역설적이지만, 만화를 제 삶의 1순위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 삶의 1순위는 제 삶의 행복입니다. 그렇기에 제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는 순간에는 어떤 것이던 중단하거나, 포기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태도가 오히려 만화를 하는 순간에 지금 이 만화를 하는 이유를 더욱더 빨리, 그리고 강하게 찾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말을 조금 풀어서 이야기하자면...힘든 순간이 올 때 ‘그럼에도 하고 싶은 이유’가 좀 더 선명하게 보인다고 해야할까요.
A 단점을 파악하는 능력만큼 장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본인의 단점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쓰고 잘 파악하려고 노력하는데, 장점에 대한 이야기는 부끄럽다고 넘겨버리거나 아예 의식을 크게 하지 않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단점을 파악하는 것만큼 장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스스로의 장점을 파악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고 싶습니다.
Q 오늘 교수진들이 처음으로 이렇게 모였습니다. 첫 인상은 어떠신지요?
A 대화를 해보니 모두 만화에 진심인 분들이셔서 무척 기대가 됩니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알찬 수업을 구성하고 싶습니다.
Q 다른 수업과 연계해 어떠한 유기적인 수업을 할 것인가요?
A 웹툰을 대하는 다양한 시각을 통해 학생들의 시야를 넓게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Q 우송정보대의 첫 인상은 어떤가요?
A 학교 내부가 알차게 꾸며져 있고, 무엇보다 만화책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 그리고 도서관이 굉장히 잘 꾸며져 있고 깨끗했어요. 저도 여기서 공부하고 싶더라고요.
Q 오늘 이렇게 교과 개발 회의를 진행했는데 우송정보대 만화웹툰과의 비전에 대해 궁금하고 또한 그에 임하는 각오한마디 들려주신다면요?
A 만화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학생들에게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자신은 어떤 만화를 그리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이 확고할 수 있도록 함께 소통하는 수업으로 구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