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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와의 인터뷰

정성우 교수와의 인터뷰

카테고리 : | 작성자 : wsitoon | 작성일 : 2024.11.18 | 조회수 : 25

 

정성우 / 갈까막E / Dejima Iwako 


▲ 정성우 교수


  Q   어떤 작품을 해오셨나요또 가장 좋아하는 본인 작품은 무엇인가요?

  A    물론 여러 장르를 가리지않고 작업하고 있습니다만 일단 저의 정체성은 공포괴기만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일본에서의 활동명 역시 出嶋岩子(데지마 이와코)”로 여성의 이름을 하고있지만 데지마 이와코를 거꾸로 읽으면 코와이 마지데”(레알로 무섭다)입니다공포라는 것은 사실 큰 자본과 큰 스케일이 필요하지 않고 각본 역시 반전적이고 사람들을 능숙하게 속여야만 하는 부분들이 있어 트리키한 연출을 시험하기에 굉장히 용이한 장르입니다.태생이 남들 반응을 보길 좋아하는 변태인 저에게는 만화 연출가라는 옷이 가장 잘 맞는 옷이라고 생각합니다제일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교토 세이카 대학원 시절 소논문의 보조 연구작으로 그렸던 화장실입니다.


▲ 화장실(トイレ-便所), 2012년 작흑백 14p, 공포
-혹자는 "똥포만화"라고 부른다.

민감한 주제인 영아살인이나 낙태에 대한 소재를 만화 장르의 틀을 깨지 않는 선에서 실험적으로 연출하였고 제목답게 화장실에서 큰일을 다 보기 전에 읽을 수 있도록 짧고 빠르게 만들었습니다. 3-4페이지정도의 3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옴니버스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하나로 합쳐지는상식을 깨는 충격과 그 안에서 오는 메시지를 노렸습니다.

▲ 화장실(トイレ-便所), 2012년 작 중에서
-보여줄 수 있는 페이지가 거의 이것 밖에 없다

사실상 굉장히 그로테스크하고 더러우며불친절한데다 야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상업성은 없는 작품이라 봐야 하겠지만 이 작품으로 교수님들과 일본 인디 만화 관계자들에게도 극찬 받았으며전시회에서 이 작품만 전시했던 게 아닌지라 비단 이 작품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당시 미국의 배트맨 작가인 James TynionIII 작가님께도 연락이 왔었습니다영어를 잘 몰라서 협업은 하지 못했는데 언제나 원통한 부분입니다분량이 적은만큼 그릴 때도 간단히 빠르게 그려냈으며 혼자 작업하며 껄껄대며 웃고 이틀만에 뚝딱 끝냈던 기억이 납니다이후로는 결코 이렇게 유쾌하게 작업하지 못하겠더라구요.

 

  Q   어떤 성장배경을 가지고 살아오셨나요그것이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요?

  A    저희 집은 어머니가 굉장히 강하십니다처음부터 강하셨던 건 아니었습니다전통적인 어머니 롤에서 시달리며 고부관계니 뭐니 고통받다가 서서히 내면의 분노가 커져가며 폭발해 결국은 집안을 지배하게 되신 분이죠하지만 온 집안을 쥐락펴락 하지만 제사는 지내셔야하고주방일은 여자가 해야한다 생각하는 분입니다저는 그런게 어딨어” 라고 하며 바쁘지 않으면 설거지 돕고요리하는게 익숙했지만 또 동생한테는 부엌에 못들어오게 하시고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기가 눌렸다고 해야하나언제나 내향인의 삶을 살아왔고 연극배우의 꿈을 접게 된 후로는 아예 남들 앞에 나설 일이 없게 되었지만 자연스레 어머니의 고난과 또 집안에서의 성장과정(?)을 지켜보며 전통적인 성역할의 문제와 평등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시절 Rage Against The Machine(이하 RATM)이라는 밴드를 만난 것이 결정타였습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상 빨갱이 밴드입니다말만 그런게 아니라 전면에 나서서 활동하는 사람들입니다너무 극단적이긴 하지만 예술가는 대중 앞에서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깨닫게 된 계기였습니다너무 교조적이지도 않고그렇다고 대중적이지도 않은 것도 아닙니다가사 하나하나가 미국 정부를 비난하고 극우적인 것들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지만 또 플로우가 너무 멋져서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사람도 감탄하며 들을 수 있고음악적으로는 또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가지고 있거든요이런 빨갱이 밴드가 빌보드 1위를 하다니.  과연 천조국이다 싶기도 한데 다른 락스타들과는 또 달라요돈을 흥청망청 쓴다거나 약을 한다거나 여자문제나 그런 것 없이 사생활적으로 아무런 문제도 없는 사람들. 진짜 유니콘 같은 그룹이죠. 전무후무 할겁니다.



예술가는 민중을 위해 있고예술가는 민중에 의해 있으며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예술가 역시 민중이라는 점이다.”


제가 그들의 노래를 듣고 이해한 예술가의 정의입니다이것이 지금도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입니다. 예술은 사람의 인생과 사고를 바꿀 수 있습니다. 아니. 있다 정도가 아니라 그 무엇보다도 강한 울림을 가진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그런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의 자부심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으면 합니다.

물론 저는 그들과는또는 RATM처럼 행동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비겁한 사람입니다사회가 바른 쪽으로 가기를 원하지만 스스로 한 번도 집회에 나가본 적도 없습니다조용히 운동가 분의 책을 구매하거나 위안부나 야생동물 보호단체 사이트에서 뱃지나 팔찌를 구매해서 샤이하게 응원하면서 누군가 알아 봐주지 않을까헤헤” 하는 게 다죠하지만 저같이 샤이한 사람은 세상을 바꿀 수 없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RATM처럼 행동하는 작가도 좋지만 일단 작가는 작품을 통해 말해야 합니다작품 뒤의 저는 누구보다도 강하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출판웹툰고전 막론하고 학생들에게 이것 하나는 꼭 읽으라고 권하고픈 작품은?

  A    원래는 여류작가이신 니혼바시 요코선생님의 “G전장 헤븐즈도어를 추천하려 했지만지금 막 고등학생에서 성인으로 도약한 우리 학생들에게 뭔가 폭발적인 자극을 경험시켜주고 싶습니다그러니 일단 부모님 입에서 만화책은 해롭다라는 말이 바로 나올만큼 섹슈얼하고 바이올런스한마치 금기의 폭탄과도 같은 베르세르크라는 작품을 권하고 싶어요.

▲ 베르세르크ベルセルク / 미우라 켄타로 / 대원씨아이 , 하쿠센샤(白泉社) 영애니멀

 미우라 켄타로라고 하는 거장이 평생을 거쳐 뼈와 살을 깎아 만든 장인정신의 집합체로흑사병, 광신도와 이교도, 마녀사냥, 인간과 비인간, 전쟁과 강간으로 얼룩진 암흑의 중세한 인간이 스스로의 인간성을 희생해 스러져간 동료들의 인간성을 찾아내려는 과정을 처절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내는 대서사시입니다.

초반의 투박한 그림과 폭력적이고 섹슈얼한 부분만 감내해 낸다면작화로도 연출로도 마음속 최고의 명작 중 하나가 되어있을 것이라 자신합니다.

이 작품 자체가 이미 작가의 삶이었으며 거장이 살아왔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즉 묘비인 셈입니다제 필명 데지마 이와코가 선생님께 연재하시던 당시 영 애니멀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랑스럽고 마음이 아픕니다아직도 이름만 떠올려도 눈물이 핑 도네요미우라 켄타로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Q   2025학년도 새로 시작하는 학과입니다.
첫 교수진으로 일하게 되는데 두려운 마음은 없으신가요?

  A    사실은 주변의 무언의 압박 때문에... 2025학년도 신입생 유치에는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우송정보대 만화웹툰과검색어도 잘 안 걸릴만큼 하나도 홍보되지 않았고 전혀 유명하지 않고전국에 만화웹툰 관련학과는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홈페이지나 홍보물 등 학과를 다른 학교 만화관련과와 차별을 두기위해 교수진 선발이나 디자인브랜딩 등에 있어 큰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특히 브랜딩 분야에서 같이 일해줄 사람이 없어 거의 주중에는 자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 빼고는 디자이너처럼 일하고 있습니다만... 이게 2025학년도 입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점점 쌓이고 쌓여 학과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첫걸음이라 생각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학생들에게서 우송정보대 만화웹툰과 심상치 않은 거 같다는 입소문이 조금씩은 나고 있다는 소문은 들어서 기분 좋습니다.

 일단 2026학년도는 별로 걱정하지 않습니다지금까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많은 데뷔 공모전 당선을 이뤄냈습니다저는 제 능력을 믿고 있고또 동료 교수님들을 믿고 있습니다성과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지금까지처럼 잘 해 낼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2025학년도에 입학하는 첫 학생들이 2026학년도에 영향을 주는 충분한 결과를 만들어 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교수님이 맡을 과목은 무엇인가요본인의 과목에서 어떤 점을 차별점으로 두고 싶은가요?

  A    본격만화 연출의 이해” 라는 세미나를 맡았습니다사실 연출관련 작법서는 세상에 많아요하지만 솔직히 말해 대부분의 작법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합니다.

 한국의 많은 만화연구자들이 웹툰은 그저 “읽는다 ”라는 말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릅니다우리나라에서 만화로 최고로 유명하다는 대학을 나온 친구들이 제게 연출 수업 받으면서 이런 개념은 처음 접해본다고 충격 받아 하던 것이 떠오릅니다자세한 것을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기에 말을 아끼고 있지만 작법서로는 배우지 못하는 것들을 충실히 전해줄 예정입니다그리고 이 경험들을 토대로 작법서를 낼 계획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운 건우리 학생들이 우리 학생이라는 점에 있습니다처음부터 우리 학교에서 제 수업을 들었다면제 수업이 얼마나 다른지 알지 못할 것 아닌가요. (웃음)

반농반진입니다. (정색)

 

  Q   학생들이 어떤 작품을 했으면 좋을까요?

  A    장르건 그림이건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해 최대한 본인이 하고싶은 것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교육자의 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예술의 자유는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는 데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잊지 않고 재밌으면서도 바른 예술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요.

하지만 무조건 메시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그저 즐겁기만 한 개그 만화 역시도성적인 욕구를 풀기 위해 소비되는 성인만화 역시도 절대 나쁜 것이 아니며 오히려 만화라는 장르의 탄생과도 맞물려 있어요순수한 쾌락은 대중예술의 가장 큰 덕목입니다하지만 예술의 자유만큼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권리와 자유도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굉장히 어려운 말이죠저 역시 그렇습니다저도 완전히 지키고있지 못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하지만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적어도 그런 고민을 할 수 있는 작가가 되어달라는 것입니다.


  Q   학생들이 걱정하는 부분입니다만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으나 
AI의 진화와 시장 일률화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교육에 녹여내어 대응할 생각인가요?

  A    비슷한 사안으로 헐리우드 작가들 파업사태가 있었습니다하지만 예술가들의 연대를 구축하기는 생각보다 힘듭니다특히 그나마도 회사 생활을 해오던 헐리웃 작가는 괜찮지만 사회성 0인 만화가들은 절대 연대 못할겁니다차라리 메시랑 호날두를 같은 팀에서 뛰면서 패스하라고 하는게 쉬울 겁니다. (웃음)

그렇다면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목소리를 내거나 기술에 적응해 급변하는 세상에서 AI를 무조건 적으로 배격하고 경계하기보다는 다들 그렇게 경계하고 있을 때 적극적으로 배우고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서 시장을 선점하는게 좋지 않을까요그래서 커리큘럼에서 AI 전문가를 강사로 초빙해 AI를 활용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할 생각이기도 합니다저 역시도 미드저니 구독을 해 두었고요바빠서 아직 해보지는 못했지만 꼭 공부할 생각입니다.

 

 

  Q   지금 학과를 주도적으로 꾸리는 입장이십니다. 
후발주자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신가요?

  A    최신식 설비, 1:1 와콤 액정 타블렛이런 약속은 신설 학과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만화 교육을 받으며또 이후 외국에서 만화교육을 받으며 꿈꿨던 것이 있습니다내게 만약 처음부터 만화관련학과를 만들 기회를 준다면 절대로 오래된 작가들정립되지 않은 이론들실전과 먼 강의들로 채워진 고리타분한 교육이 아니라교수진 편성에 있어 학위보다는 트렌디하고 실전에 익숙한 현역” 작가 위주로 교수진을 구성해 살아있는 교육을 할 것이라는 점만화가 예술이라는 것을 주장하기 전에 작품으로 예술인의 소양을 보여주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당시에는 현실을 생각했을 때 허황된 꿈이라 생각했지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 허황된 꿈이 혹시나 이루어질까봐 시간과 돈을 써가며 일본 교토 세이카대학에서 학위를 땄고또 이렇게 15년이 지나 우연히도 아니면 운명적으로 천금같은 기회가 찾아왔습니다.

저에게는 이제 일본에서 학문적실전적으로 쌓은 경험과 이론이 있고그리고 제 옆에는 4년 이내에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에서 연재 한 작가가 , 배경 프로어시스턴트로서 실무에 즉시 투입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낼 우수한 대학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은 교수진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실무자들이 만드는 과이다보니 다른 점이 있어야겠죠흔히 만화에 대해 잘 모르는 교수님들만 있는 학교는 신티크 타블렛은 좋은 거 사두고 무식하게 크고 무거운 정품 스탠드를 사서 두시더라구요(웃음) 정말 실무를 모르신다...라는 생각을 했고요.
허리 어깨 작살 납니다 그거.

오랫동안 작업해야 하잖아요그래서 어느 각도에서든 그릴 수 있는 자유자재 모니터 암이 들어가고요

의자 역시도 만화웹툰과 기자재실만큼은 메이커 의자로 주문해 두었습니다오랜 시간 아무 걱정없이 작업하실 수 있을 겁니다그리고 “만화책은 도서관에 있어선 안돼”라던 시대를 지나 청강문화산업대학교가 첫 포문을 열어주었고 이제는 저희도 만화 도서관을 설립하려고 합니다.

만화 도서관의 명작 만화책들과 전공 도서가 최신VR기기들과 함께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불러일으켜 줄 것입니다

 

 

  Q   이 학교의 교수진과 커리큘럼이 실전 중심적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어떤 실전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그런 점에서 우송정보대 만화웹툰과의 잠재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교수진을 최대한 젊게 구성하는 것"
"교수진을 트랜드에 맞게 구성하는 것"
"교수진들의 실무적 실력에 맞게 채용하는 것"
"트랜드에 맞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를 채용하는 것"
"현직, 4년이내에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에서 작품을 한 작가를 채용해 낡지 않은 기술을 가르칠 것"

제가 교수진 선발을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점입니다.
사실 저는 선발한 교수진에게 어떤 수업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충분히 능력이 뛰어난 교수님들이고제가 뽑은 만큼 100퍼센트 믿고 있습니다교수님들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시너지를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학생 수가 적으니 가능한 일이지만 멘토 교수제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멘토 교수요?

  A    명칭은 다르지만 일본 대학에서 경험한 제도입니다일반 대학원의 정 부 지도교수와는 조금 다른 개념일 것입니다. 1학년때에는 본인이 약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지도해 줄 교수를 선택해서 그 그룹이 집중교육을 받고, 2학년때는 본인의 장점을 강화시켜주는 교수로 멘토교수를 선택하게 해 이 멘토멘티 그룹이 모이죠. 여기서 또 일본 멘토 교수 제도와 다른 점으로 예전 청강의 24/24처럼 팀 혹은 개인으로 몇 개의 작품을 창작하고연말에 이 작품의 성과와 본인들의 성장에 대해 발표하고 피드백 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Q   2년으로는 부족하다고 망설이는 친구들이 있을 것 같아요.

  A    그것이 가장 문제라고 봅니다. 2년제인데 심지어 실기 시험까지 있어요.(웃음)

그런데 지금 실기 시험 때문에 지원을 꺼리는 학생이 많고 지원율 저조 때문에 학교에서는 말이 좀 나오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저는 오히려 좋습니다실기 시험이 있기에 비로소 좋은 학생 자원이 선택 가능하리라고 보거든요응시율이 떨어지는 건 올해만의 문제라고 봅니다내년에 저희가 내는 성과와 입소문이 응시율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자신하고요.그래서... 2025학년도 입시가 제일 쉬울 겁니다여러분지금 빨리 응시해두세요. (웃음)

그리고 또 
2년제에 대한 말씀을 계속 드리자면 만화 웹툰이라는 예술/학문은 전문대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학과와 달리 굉장히 범위가 넓은 예술/학문입니다시수는 제한적인데 해야 하는 과목은 많습니다그래서 "비 교과" 수업을 많이 개설합니다이 비 교과는 개인 피드백 시간과 심화 수업 등 완전 꿀 강의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멘토 스쿨도 같은 부류죠하지만 비 교과 수업은 졸업 필수 학점에 해당되지 않습니다학생들의 듣고자 하는 확고한 열의가 있어야 비 교과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그래서 그저 졸업장만 따고 가려는 학생들은 원치 않습니다데뷔를 하거나 취업을 할 확실한 야망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 오시면 됩니다실력은 알아서 키워 드립니다단지 "야망만은" 가지고 지원해 주십시오.

저희도 물론 야망이 있습니다이 과를 조만간 3년제로 확장하고 바꾸는 것입니다개인적인 목표는 2027학년도에 이 학과를 3년제 학과로 변경하는 것입니다학생 여러분의 열의가 있다면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고 있고, 2년제로 있는 와중에도 교토 세이카 대학같은 유명 해외 대학이나 국내 4년제 대학의 편입을 위해 저희 교수진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같은 재단 학교인 우송대로의 편입은 더 간편할 것 이고요
특히 교토 세이카대학 같은 경우는 재직중인 교수님이 친히 저희 학교에 편입 관련으로 특강까지 하러 오십니다. 성적/일본어 때문에 일본 대학 진학이 어려운 친구들은 저희 학과 교양으로 1학년때 일본어 1,2를 개설해둔 상태이니 꼭 듣고 N2까지는 따냈으면 좋겠습니다.


  Q   일본대학에는 어떻게 가시게 됐나요무슨 연구를 하셨나요?


  A    2004년인가? D모사의 소년C라는 잡지 신인상에 친구와 같이 그린 작품을 응모(저는 스토리 작가 얼굴만 그리는 보조 작화가로 참여했습니다.) 했다가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었고 그게 일본으로 건너가게 되는 큰 계기로 작용했습니다요새야 공모전을 열면 대상부터 입선까지 모든 상을 다 주는 게 당연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번 공모전은 수상작 없음” 그리고 그와 동시에 수상할 뻔한 작품” 2,3 개를 게재하곤 했죠.변명은 간단해요수상할 만큼 완벽하지 못하다완벽하면 바로 데뷔를 시켜야지신인만화가 공모전이잖아요이해가 안되는 넌센스죠고작 상금이래봤자 몇십만원인데. ( 이 버릇을 못고치고 몇 년전에 웹툰 공모전에도 똑같은 짓을 했다가 두고두고 까이더군요솔직히 속이 시원했습니다ㅎㅎ 저와 제 친구의 작품도 그런 상황이었고원고를 찾으러 방문한 편집부에서 설명을 듣고 명함을 받은 후에 나중에 따로 연락을 받았습니다
 “너만 스토리 작가로 키워보려고 한다.” “친구한테는 말하지 마라바로 한국 만화계에 정이 떨어졌습니다안 그래도 어시스턴트 임금원고료 35000원 등 한국을 뜰 이유는 충분했습니다만트리거가 됐달까요바로 몇 년간 탈한국을 선언하고 만화 왕국 일본으로 건너갈 준비를 했습니다졸업장을 받고 2011년이 시작하자마자 몇 푼 들지도 않고 혈혈단신으로 일본으로 건너갔습니다.

진짜 코미디 같은 상황이지만 집 근처 K은행에서 일본 현지 기숙사에 해외송금을 하고 있던 중에 은행 TV에서 갑자기 동북대지진이 일어나 쓰나미로 일본이 침몰해가는 상황을 생중계해주던 것이 기억에 남는군요아무래도 방사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환율차익 수수료 다 손해 보면서 도쿄가 아닌 오사카로 이동하게 되었고관서 지방에 떨어지게 된 건제가 본격적인 프로 만화가 생활보다 앞서 교토세이카대학 진학을 생각하게 된 원인이 되기도 했죠우스갯소리로 가끔씩 말합니다. “만화학자로 나를 키운 건팔할이 동북대지진이다하고.

일본에서 연구한 것은 상대적으로 규모와 분량이 작은 공포영화를 연구하며 트리키한 연출에 대해 시험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영상물의 연출을 만화로 가져오는 것과 한계점극복할 방법을 모안하는 것이 주된 연구였습니다그리고 작가로서의 데뷔가 힘들어질 수 있기에 편집자 수업도 들었는데결국 데뷔해버리게 되었지만 편집자 수업은 사실상 만화가이자 만화연구자로서 제 시야를 키워준 큰 계기였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에서 연재한 하수도는 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직설적인 우화로 표현했습니다.

▲ 하수도 / 2023년 카카오페이지,카카오스토리 / 케나즈

  A    하수도는 일본에 있던 2013년경부터 기획했던 작품으로 2016~17년에 일본에서 야도카리라는 제목으로 연재되기도 했던 것을 한국에서 웹툰으로 다시 리메이크해 그린 작품입니다

미제 사건으로 아내와 딸을 잃어 여성대상 범죄자들을 초법적인 힘으로 처단하며 단서를 찾으려하는 신장 2미터의 구시대를 살아온 무뚝뚝하고 정 없는 전형적 가장의 상징인 노형사,

십여년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서서히 이 땅에 퍼진 성별갈등과 혐오의 실체를 깨달아가는 능력을 인정받고자 하는 여형사,

누나에 대한 기억 때문에 여성 공포증에 걸려 여성과 말도 섞지 못하는 히키코모리 청년그리고 그 청년을 이용해 변기 아래 가만히 앉아 여성들을 잡아먹고자하는 거대 괴물이렇게 4명의 주인공을 그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기서 하수도 괴물은 혐오의 상징입니다더럽고 어두운 곳에서 혐오를 부추기면서 배를 채워가는어쩌면 우리 사회 어두운 곳에 가려진 모든 어둡고 추한 것들을 상징하는 것입니다이 작품을 통해 저는 LGBT나 여성 대상 묻지마 혐오살인전자발찌 문제 등을 굉장히 긴 호흡으로 그려냈습니다

그래서 초반만 본 사람들에게는 이게 무슨 여성서사야” 라고 반문 받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꽤 많은 독자들에게 이 작품이 여성서사를 다루고 있다는 이유로 비난의 DM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남성 대상의 만화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상업적인 측면에서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점은 알고는 있습니다만저는 뚝심있게 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고사실 시간이 없어서 작화 부분에서 아쉬웠을 뿐이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실험적인 연출에 대한 성과도메시지도그리고 어느정도의 엔터테인먼트도 충분히 이뤘다고 생각하여 개인적으로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굉장히 놀랐던 점은 2014년 당시에 구상한 스토리인데도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된 세상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고커다란 레임덕을 맞은 것과 검경의 수사권에 대한 갈등 등이 그대로 들어맞았다는 것이며사이버 성범죄와 일본에서는 당시 흔했던 토오리마(묻지마 살인)의 구체적인 디테일들이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방식과 비슷했던 점에 있습니다. 2014년의 저는 작두를 탔던 게 아닐까요?

극단적인 변화가 오면 세상은 요동치고 아픈 법입니다문제를 제기하면 비로소 문제가 보이는 법이고 기존 질서가 변화하거나 변화하려고 한다면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남녀간의 골과 장벽이 생기는 것이 당연합니다전 그러한 불거진 갈등이 현실적인 저 출산시대의 가장 큰 이유라 보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은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우리가 사는 이 사회는 돌아서 오더라도 언제나 좋은 방향을 향해 가려고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그동안 일어나는 갈등과 혐오 그 간극을 좁혀가도록 돕는 것이 예술의 영역이며 그러한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만화가의사회적 상업 만화가를 선택한 제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평생 작품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