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지 학과장
▲ 김영지 학과장
김영지 개인전 'Resonance of Mind' 유나이티드갤러리
A 저는 최근 20년간 감각과 기억,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며 저를 자극하는 색들과그 색들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내적 감성과 정서적 울림에 집중한 기하학적 색채 추상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2~3년 간의 작품들 중 고요하고 미니멀한 색 면으로 이루어진 풍경화들을 좋아합니다. 그림 속 색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적 감성은 저의 기억을 소환하고 고요한 색 면 위에 불현듯 나타나는 붓의 터치는 흐르는 공간과 시간 속에 존재론적 흔적을 남기며 어느 곳인가로 저를 이끌기 때문입니다.
Q 어떤 성장배경을 가지고 살아오셨나요? 또 그것이 작품세계에 미친 영향은?
A 저의 성장배경은 매우 평범합니다. 작품에 영향을 주었다면 모든 보여지는 현상과 자극을 즐기고 사랑하는 제 성향과 조금 예민한 기질이라 생각 합니다.
Q 출판, 웹툰, 고전, 비만화 막론하고 학생들에게 이것 하나는 꼭 읽으라고 권하고픈 딱 하나의 작품이 있으시다면?
A 하나의 작품을 고르기는 매우 어렵네요. 다만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것은 어떤 종류의 예술작품이든 특히 시각 예술 작품들은 편견 없이 공을 들여 경험해 보아야 한다는 겁니다.
Q 2025학년도 새로 시작하는 학과입니다. 첫 교수진으로 일하게 되는데 두려운 마음은 없는지?
A 당연히 걱정이 되고 두려운 마음이 있습니다. 다만 학생들과 발맞추어 그들과 소통하고 동화되기도 하며 기술적 측면뿐 아니라 정신적 심리적 측면에서도 작가로써의 성장을 같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Q 본인이 맡으실 과목은 무엇인가요?
또 본인의 과목에서 어떤 점을 차별점으로 두고 싶으신가요?
A 저는 학생들의 드로잉, 색채 수업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1학년 학생들의 기초 드로잉과목은 인체 누드 드로잉, 크로키, 동물 드로잉, 인물 드로잉, 어반 드로잉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려 하며 동물원에서의 드로잉 수업 또는 우송정보대의 특성화된 여러 학과들의 협조 하에 학생들이 살아있는 다양한 활동 (댄스, 노래, 요리, 미용, 애견 훈련 등)을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현장과 소통하는 경험을 제공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드로잉 수업은 매우 다이나믹하고 에너지 넘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색채 수업은 간단한 기초 색채이론과 다양한 감각과 경험을 동원하여 학생 개개인의 감성, 정서, 느낌, 생각, 감각을 색채로 연결하여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려 합니다. 또한 자신의 좋아하는 작품들의 색채 활용을 분석해 보고 실질적으로 색채들이 어떻게 작품에 적용되고 어떤 효과를 만들어내는지 이해하는 시간도 갖게 할 것입니다.
Q 학생들이 어떤 작품을 했으면 하시나요?
A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신을 잘 드러내는 작품, 개성이 있는 작품을 했으면 합니다.
Q 학생들이 걱정하는 부분입니다만 시장이 엄청나게 커졌으나
AI의 진화와 시장 일률화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교육에 녹여내어 대응할 생각인가요?
A 무엇보다도 사회와 현상을 보는 작가 자신만의 시각과 개성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 인문학적인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독서, 다양한 체험, 시각예술경험, 여행, 토론 등등의 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넓히고 세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때 작품에 깊이와 신선한 관점과 해석이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작가들의 관점을 접할 수 있는 특강과 여러 분야의 현장견학을 수시로 갖도록 계획하고 있습니다.
Q 감정과 색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하는 작가이십니다.
이 부분이 학생들에게 어려울 수 있는데 간단히 본인이 생각하시는 색채와 감정의 상관관계에 대해 설명이 가능하실까요?
▲ Flowing Pinky Way, Acrylic on Canvas, 112x145.5cm, 2020
김영지 개인전 'Resonance of Mind'| 유나이티드갤러리
A 색채는 다른 어떤 시각 요소보다 감정과 정서적 측면을 직관적으로 잘 표현해줍니다. 그래서 색채는 전체적 작품의 무드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사회에서 통용되는 색에 대한 해석이 있긴 하지만 본인은 색채와 감정의 관계는 전적으로 작가 개개인의 감수성과 개성에 반응하여 만들어질 때 진실성과 폭넓은 소통을 얻을 수 있다 생각합니다.
Q 미국에서 수학하신 서양화가 이시지만 민화나 옛 건축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고 연구하셨다 들었습니다. 본인의 작품에 어떻게 녹여 내시나요?
A 유학을 마치고 귀국 후 한동안 민화, 전통건축, 사찰, 단청, 고미술품 등에 끌려 많이 보러 다닌 시기가 있었습니다. 민화와 토기 등 에서 보이는 순박하고 직설적인 드로잉선들에 매료 되었고 단청의 색채 배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또한 현판, 전각, 고가구 등에서 보여지는 단순하고 유연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한국미의 유산으로 여겨지며 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무의식속에 잠기고 떠오르며 현대인으로써 본인의 미감과 합쳐져 특히 최근 작품에서는 저만의 독특한 색들의 조합과 배열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Q 만화가들의 최종 종착역으로 파인아트, 팝아트를 꼽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최근 인기를 끈 기안84작가 같은 경우도 그러합니다만 실제로 많은 원로작가들이 커리어 후반에 팝아트나 파인아트의 세계로 많이 들어옵니다. 만화가들의 파인아트나 순수예술 진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A 파인아트의 형식적 경계는 이미 1960년대 팝아트의 등장으로 허물어 졌으며 이러한 추세는 최근 점점 더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떤 소재, 형식을 다루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서구에서는 드로잉과 텍스트, 페인팅과 텍스트로 또는 만화의 형식이나 어법을 사용하거나 차용한 작품들도 파인아트 영역에 등장한지 오래입니다. 디자인, 사진, 만화, 판화, 건축, 등등의 시각예술들은 서로를 모방하고 서로를 해석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넘나들며 존재해 왔습니다. 본인은 어떻게 좀 더 독자적인 작가 자신의 독창성과 비전을 그리고 철학적 깊이를 더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라 생각됩니다.
Q 회화작가, 순수예술가, 그리고 오랜 세월 교직을 경험해온 입장에서 교수님 본인이 만화를 그리는 학생들에게 어떤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인류는 오랜 역사를 살며 경험, 사상, 정신, 감정을 회화라는 예술형태에 무수히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그러한 유산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인류의 공통된 가치, 관심을 공유하게 합니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유산을 안내하고 경험하게 함으로써 좀 더 풍부한 자산을 갖고 자신의 세계관을 찾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